2013년 12월 5일 목요일

국립국어원의 일방적 대화 단절

오랜 기간에 걸친 국립국어원과의 문답이 끝이 났습니다. 국립국어원의 결론은, "규정이고 뭐고 국립국어원 맘대로 '새너제이'라고 쓰는 게 맞고, 더이상 할 말 없다"입니다. 아래 문답을 모아놨으니 국립국어원의 답변을 직접 보시고 싶은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San Jose 표기법 관련 국립국어원과의 문답 모음


간단하게 제 주장을 아래에 다시 요약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누가 맞고 누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글을 읽는 분들이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새너제이' 표기는 외래어 표기 규정을 위배하고 있다. 

San Jose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지명이므로, 해당 외래어 표기 규정에 따라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어야 한다. (외래어 표기 규정 제3장 제1절 제10항)

제10항복합어(3)

1.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

  • cuplike[kʌplaik] 컵라이크
  • bookend[bukend] 북엔드
  • headlight[hedlait] 헤드라이트
  • touchwood[tʌtʃwud] 터치우드
  • sit-in[sitin] 싯인
  • bookmaker[bukmeikə] 북메이커
  • flashgun[flæʃgʌn] 플래시건
  • topknot[tɔpnɔt] 톱놋

2. 원어에서 띄어 쓴 말은 띄어 쓴 대로 한글 표기를 하되, 붙여 쓸 수도 있다.

  • Los Alamos[lɔs æləmous] 로스 앨러모스/로스앨러모스
  • top class[tɔpklæs] 톱 클래스/톱클래스

San은 '샌', Jose은 '호세' 혹은 '호제이'로 적을 수 있으므로, San Jose는 '샌호세' 혹은 '샌호제이'로 적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 10항의 2를 따를 방법이 없다. '새너제이'를 원어에서 띄어 쓴 대로 한글 표기를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 너제이'? '새너 제이'? 따라서 위 표기 원칙을 위배하고 San Jose를 붙여서 연음 처리한 '새너제이'라는 표기는 틀렸다. 새너제이라는 발음이 맞다면, 맞는 표기법은 '새너제이'가 아니라 '샌어제이'다. 물론 Jose를 '어제이'라고 적는다는 가정하에.

2. San Jose의 발음은 '새너제이'가 아니다.

원어민이 water를 '워러'에 가깝게 발음한다고 해서 한국어로 '워러'로 적지는 않는다. 한글 표기법은 흘려서 내는 발음이 아니라, 또박또박 읽을 때의 원래 발음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귀에 들리는 발음이 아니라 발음기호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롱맨 발음 사전에 [sӕnəzéi]로 되어 있고, 그걸 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온라인 롱맨 사전에는 /ˌsæn hoʊˈzeɪ/로 되어 있고, 위키피디아에도 /ˌsæn hoʊˈzeɪ/로 발음을 표시하고 있다. 둘 중 어느 발음이 맞는 발음인지 논란이 있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가능한 많은 사전을 조사하여 주 발음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리고 [sӕnəzéi]는 /ˌsæn hoʊˈzeɪ/를 흘려서 발음한 것이라 설명이 가능하므로, /ˌsæn hoʊˈzeɪ/를 기준 발음으로 삼는 것이 논리적이기도 하다.

사전을 떠나 실제 발음은 구글에서 "how to pronounce san jose?"로 검색해 보면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샌호제" 혹은 "샌호제이"에 가깝게 발음하고 있고, "새너제이"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제가 더이상 국립국어원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피해 본 일이 없으니 행정소송을 할 수도 없고... 똥고집을 부리겠다는데 말릴 방법이 없네요. 아마 저를 귀찮은 똥파리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저는 일단 여기까지 하렵니다. 뭐 사실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구요. 좀 보기 싫을 뿐, 새너제이라고 쓴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죠. ^^ 논리적인 설득을 통해 의도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서 아쉽지만, 뭐 언젠가는 바뀌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