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2일 금요일

애플과 구글의 기업 문화

적게 잡아 7가지의 인더스트리를 바꿔놓았다는 스티브 잡스. 그가 만들고 이끈, 수많은 팬보이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금은 시가총액 1위에서 밀려났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갖는 회사가 된 애플. 검색에 있어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손안에 넣고 있는, 그리고 꿈의 직장으로 잘 알려진 구글. 실리콘밸리에 와 있음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이러한 최고의 회사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실제로 그곳에 근무하는 이들을 만나서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위대한 기업이 되어 있는 애플과 구글, 두 회사 모두 최첨단의 기술을 가진 기업, 상상할 수 없이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기업이지만, 기업 문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상 이 두 회사만큼 서로 다른 회사도 없을 것이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애플과 구글의 기업 문화에 대해 잘 정리해 놓으셨고 내가 두 회사의 구석구석까지 모든 부분을 커버할 수도 없겠으나, 그래도 내 입장에서 눈에 띄이는 몇개의 키워드로 두 회사의 기업 문화를 한번 정리해 보았다.

업무상 구글과 같이 일하는 입장이라 구글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들었고, "In the Plex"라는 책에서 얻은 정보도 있다. 애플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 몇분 계시지만 주로 임정욱(@estima7)님께서 번역한 "인사이드 애플"과 스티브잡스 전기를 통해 얻은 정보들이다.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 워낙 많아 주석을 달지 못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1. 정보 공유 - 비밀주의 vs 참견 문화

애플의 비밀주의는 잘 알려져 있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보안은 물론, 회사의 조직도라든가 어떤 식으로 회사가 운영되는지 애플 내부의 모든 것이 비밀에 붙여져 있다. 애플의 직원들, 특히 고위 임원들은 대외 활동을 극도로 꺼리고, 따라서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도 애플은 독자 제국을 구축할 뿐 주변의 다른 회사들과 교류하지 않는다. 가령 서로 이사회를 통해 활발히 교류하는 다른 기업 임원들과 달리, 애플의 임원들 중 다른 회사의 사외 이사로 참여한 이는 팀 쿡이 유일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대외 비밀주의가 아니라, 회사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비밀주의이다.

애플의 문화는 "궁극적으로 꼭 알아야 할 것만 공유하는 문화"이다. 애플 본사에는 특정 프로젝트에 관여된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는 구역이 있으며 다른 직원들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알려고 들어서도 안된다. 각 사람이 맡고 있는 일은 퍼즐 조각처럼 분리되고, 완성된 퍼즐의 모습은 최고 경영층만 알고 있다. 마치 점조직과 같이,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 이러한 문화의 바탕에 깔린 의미는 "자기 할 일에만 신경쓰라"는 것이다.

애플이 믿는 것은 각 자리에 최고의 인재들이 최선을 다해서 자기 업무를 하면 최선의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자기 일이 아닌 다른 일로 주의를 뺏기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플에서는 모든 업무에 대해 누가 책임자인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DRI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 직접책임자)는 어떤 과제와 관련된 문제에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제품 발표를 할 경우, 이를 준비하는 문서의 가장 작은 아이템에까지 DRI가 명시되어 있다.

모든 일에 대해 누가 책임자인지가 명확하고, 반대로 모든 직원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그 일만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애플 직원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미덕이다. 물론 누구나 인간인 이상 실수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애플에서는 적당주의는 절대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고의 인재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 그리고 그것들이 잘 조화될 경우 그 결과는 대부분 완벽에 가깝다. 그 덕분에 애플 제품은 모든 부분에서 디테일까지 완벽한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의 문화는 정확히 이와 반대다. 구글의 문화는 "주인의식"이란 것으로 많은 부분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직원이 주인이고, 모든 직원이 회사의 모든 것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또 신경쓰고 참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글 직원은 인수 합병에 관한 정보 등 법적으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몇몇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사내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글의 TGIF는 구글이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것인데, 매주 금요일 (지금은 매주 목요일로 바뀜) 두 창업자와 에릭 슈미트 등 최고경영자들이 전 직원 앞에서 회사의 경영성과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직원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고의 인터넷 기업답게 구글의 모든 내부 정보는 클라우드에 존재하고, 직원들은 누구나 검색을 통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정보 접근 권한을 일부에게만 부여할 수 있고 그런 비밀 프로젝트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누가 담당자인지, 최근에 어떤 미팅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졌는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다른 프로젝트의 소스 코드도 직접 볼 수 있고, 만약 명백한 버그가 발견된다면 직접 고칠 수도 있다. (물론 고친 코드를 리뷰하고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해당 프로젝트팀이다.)

구글에서는 이러한 참견이 당연하고 또 장려된다. 누구나 회사의 주인이므로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참견하고 의견을 낼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에 깔린 믿음은, 주인 의식으로부터 비롯된 집단 지성의 힘이다. 담당자 한두명이 아무리 똑똑해도, 그들이 알지 못하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음을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다행히 구글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수만명의 최고의 인재들을 갖고 있다. 이들의 집단 지성을 이용한다면, 많은 실수를 피하고, 혹은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구글이 내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모든 디테일에 있어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투박하고, 헛점 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글의 무서운 점은, 첫 제품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좋아져 간다는 것이다. 이는 구글이 기본적으로 피드백을 듣기를 좋아하고, 열린 마음으로 참견을 받아들이며, 잘못된 것은 수정할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제품이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될수록, 소비자들로부터 오는 피드백도 늘어나겠지만, 그 이상으로 내부 직원들로부터의 피드백 수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이 모든 피드백들이 다 유용하지는 않겠지만,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많은 이들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분명하다.

2. 의사 결정 - 인사이트 vs 데이타

스티브 잡스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고객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객이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필요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 위대한 제품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애플의 제품은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몇몇 천재들의 인사이트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애플도 몇만명의 직원들이 있고, 이들도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팀 쿡은 한 인터뷰에서 매우 자랑스럽게 "애플은 수많은 좋은 아이디에어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회사"라고 이야기했다. 오늘날의 애플이 있게 한 것은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나 그저 그런 좋은 제품들이 아니라, 소수의 "완벽에 가까운 훌륭한" 제품들 덕분이다.

그런데 최고의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최고이고 어떤 아이디어가 그저 좋은 아이디어인지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애플의 의사 결정은 무엇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가?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최후 의사결정자는 스티브 잡스였다. 단지 큰 방향에서 어떤 제품이 최고의 아이디어인지, 회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결정하는 의사결정 뿐 아니라, 포장 디자인, 로고의 색깔, 애플 스토어에 사용되는 가구의 재질까지 모든 것을 최종 결정하는 사람은 스티브 잡스였다.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의사 결정은 대부분 자신의 인사이트에 의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객관적인 데이타가 어떻든, 잡스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밀어 붙였다. 당연히 잡스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에 있어 잡스가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어찌 보면 잡스의 의사결정이 옳았다기보다, 그는 자신의 결정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애플의 직원들은 항상 스티브 잡스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의사 결정의 기준은 "잡스라면 어떻게 생각할까?"이다. 사소한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는 잡스의 스타일 덕에, 담당자들의 역할은 최선을 다해 잡스의 구미에 맞도록 준비하되, 언제나 잡스의 지시에 의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음을 알고 그 요구에 최대한 빨리 대응하는 것이었다. 애플의 일반 직원들은 잡스를 실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음에도, 항상 잡스를 의식하며 일했고 잡스가 무엇을 원하는지, 잡스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항상 인식하고 있었다.

잡스가 없는 지금의 애플은 이전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잡스가 심어놓은 DNA가 존재하며, 아직도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팀 쿡이나 조너선 아이브 등 애플을 이끄는 이들 역시 잡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디테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므로 - 그렇지 않았다면 애플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테니 - 기본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나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구글의 의사 결정은 대부분 데이타에 기반해 내려진다. 물론 때로는 중국에서의 철수와 같이 창업자의 소신에 따른 의사 결정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합리적인 토론과 데이타를 근거로 한 의사 결정이 내려진다. 가령 서치에 어떤 새로운 기능을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이 볼 때 유용하다고 판단해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적으로 1%의 유저에게만 새로운 기능을 적용해 보고, 그 결과로 나온 데이터를 보고 적용할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구글의 의사 결정은 예측 가능하고 - 적어도 그 데이타를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 또 의사 결정권자의 개인적 취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글은 상당히 중요한 의사결정의 권한이 담당 실무자에게까지 위임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권한이 위임되어 있다고 하나, 그것이 담당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누구나 어떤 식으로 회사가 의사 결정하는지를 알고 있고, 또 누가 의사 결정하든 그 과정과 결과가 시스템 상에 고스란히 남아 누구나 볼 수 있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모든 디테일이 최고경영층에까지 보고되어 의사결정을 받아야 진행되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몇몇 중요한 사안들, 예를 들어 사람을 채용하는 문제같은 경우 창업자의 소신에 의해, 반드시 CEO의 결재까지 얻게 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아마도 채용과정의 특성상 모든 인터뷰 결과 등을 모든 직원에게 오픈할 수는 없고 또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기에, 내부의 참견 문화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일 것이다.

3. 동기 부여 - 경쟁과 자존심 vs 투명성과 칭찬

애플과 구글의 직원들은 모두 매우 열심히 일한다. 모두 근무 시간에는 정신없이 바쁘고,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 일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동기는 좀 다르다.

애플의 경우 사내에서 비판과 때로 비난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실랄한 비판을 즐겼던 스티브 잡스의 스타일이 기업 문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하다. 애플의 한 전 임원은 애플을 "매일같이 공을 세우기 위해 서로 싸우는 조직"이라고까지 했다. 누구나 항상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으며, 그렇지 못한 경우 엄청난 비난을 받거나 도태될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서 일한다. 때로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데, 최고의 제품을 위해서라면 무슨 행동이든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거의 일만 하며, 집중력을 흐뜨러트릴 수 있는 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 퇴근 후나 주말에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컨퍼런스 콜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다행히 애플에서는 사내 정치가 특히 일반 직원들 사이에는 거의 없는데, 정치를 할 만큼 정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덕분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직원, 열심히 자기 일만 하기를 원하는 직원들에게는 다른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집중할 수 있는, 그리고 늘 긴장함으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내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업무 환경이 된다.

"애플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애플로 들어가고 싶어하고, 애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애플을 나가고 싶어한다"는 말이 있을만큼, 애플 직원들도 애플이 "편하고 즐거운 직장"이 결코 아니라고 인정한다. 애플은 직원들에게 매우 가혹한 곳이고, 단지 업무 시간이 아닌 전인격적인 헌신을 요구한다. 그러나 애플 직원들에게는 최고의 회사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다. 애플에서 하는 일을 사랑하고, 회사의 사명과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다. "바에 앉아 있으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90%가 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자부심이 애플 직원들에게는 있다.

구글 직원들도 매우 열심히 일한다. 물론 애플에 비하면 개인차가 좀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많은 직원들이 때로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한다. 구글에서는 공개적으로 누구를 비난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참견 문화에 의해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흔하지만, 개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할 경우는 거꾸로 그 사람이 회사에서 매장된다. 오히려 구글에서는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문화가 강하다. 어떤 직원이 성과를 내거나 도움을 준 경우, 그에 대해 매니저나 동료 직원이 축하하고 칭찬하는 메일을 뿌리고 거기에 많은 이들이 전체 답장으로 화답하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신도 성과를 내고 이러한 칭찬을 받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구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투명한 업무 환경과 평가제도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정보가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사람이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 파악할 수가 있다. 분기마다 있는 평가철에는, 360도 다면 평가로 기본 평가점수가 매겨지며, 이에 대한 조정은 한 조직의 매니저들이 모두 한데 모여 소속 직원들 전체를 한명씩 비교해 가며 이루어진다. 그 자리에서 엔지니어의 경우 작성한 소스 코드까지 리뷰하게 되며, 주변 동료들이나 타 부서와 마찰을 일으킨 사례등도 모두 공개된다. 자기 보스에게만 잘 보인다고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구글 직원들은 회사에서 행하는 모든 업무, 행동, 주고받는 메일 하나하나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는, "발가벗겨져 일하는 기분"으로 일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구글 직원들은 구글에 다니는 것이 몹시 자랑스럽고, 대단히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짜 밥을 비롯한 각종 복지 혜택, 심지어 구글 직원이 사망할 경우 연봉의 50%를 10년간 지급하기까지, 회사는 곳곳에서 직원들을 배려하고 더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직원들 역시 회사가 무엇을 해주기만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구글의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맺음말

몇가지 관점에서 애플과 구글의 문화를 비교해 보았는데,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역사에 남을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 냈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구글의 문화에 좀 더 매력을 느끼게 되지만, 아무래도 겉에서 보는 모습일 뿐이니, 어느쪽이 더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이 두 회사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또 많은 것들을 찾아내고 벤치마킹하려 하지만, 사실 회사의 문화라는 것은 모든 업무 환경과 HR 제도, 회사의 가치관과 제품, 직원들의 태도 등 모든 것이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몇가지를 떼어다 적용한다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회사의 모든 제도와 가치관을 통째로 가져와 내 회사에 적용한다는 것은 실천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른 회사에서 어떻게 하는지 배우기 전에, 내 회사는 어떤 가치관에 의해 어떤 문화를 갖고 있고, 그것이 서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가며 회사를 발전시키고 있는지 차분히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애플과 구글 못지않은 최고의 기업이 생겨나고 더 많아지기를 바래 본다.

2013년 4월 8일 월요일

San Jose가 새너제이가 아닌 이유


(추가) San Jose가 '새너제이'? - 미주중앙일보(북가주)에 기고한 글이 아래와 같이 오늘 (4/18)자 독자마당 지면에 실림. http://m.koreadaily.com/read.asp?art_id=1635579 https://twitter.com/JeremyPark01/status/325016828269178881/photo/1

San Jose를 새너제이라 쓰는 것과 관련, 아래와 같이 각 신문사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했었다. 그런데 신문기자들의 이메일을 일일히 찾아내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네이버에서 "새너제이" 검색해서 나오는 기사를 보면 기자의 이메일이 적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메일이 적혀 있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된다. 그리고 이메일을 보낸다고 해서 기자들이 본다는 보장도, 또 그 내용을 실제 해당 언론사에서 표준 표기법을 정하는 부서나 정부언론 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에게 전달한다는 보장도 없다. 아무래도 혼자 다 하기에는 벅찰 듯하여, 일단 블로그에 공개하고, SNS의 힘을 빌어 여론을 조성해 나가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아래는 기자들에게 보내려던 메일 내용.

(추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퍼온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위원 명단. 참고로 다음 회의는 4월 24일에 열릴 예정이라 함.


 2012년 7월 현재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원장민현식 (서울대 교수, 국립국어원장)
부위원장
이정근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대표)
조남호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위원
심재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전 국립국어원 원장)
전종호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
김혜선 (문화체육관광부 국어민족문화과장)
김윤기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실 홍보담당관)
김한샘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이윤표 (중앙일보 전 교열부 기자, 한국신문편집인협회 전문위원)
손진호 (동아일보 기자, 동아일보 어문연구팀장)
양해원 (조선일보 기자)
이규원 (KBS 한국어연구부장)
강재형 (문화방송 아나운서 부장)
김용수 (매일경제 교열부장)
김정일 (SBS 아나운서팀 차장)
김계환 (연합뉴스 국제뉴스 부장)
김석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이경우(서울신문 기자, 한국어문기자협회장)
연구위원성귀숙 (동아일보 기자)
연구원송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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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 San Jose에 거주하고 있는 박정훈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많은 신문에 이곳 지명이 "새너제이"로 표기되는 것이 매우 이상하게 생각되어 찾아보니, 이는 국립국어원이 지난 96년 제정한 표준을 따른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왜 "새너제이" 표기가 잘못되었는지, 왜 이 잘못된 표기를 고쳐야 하는지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립국어원에도 문답란과 담당자와의 이메일 교환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였으며, 담당자로부터 "충분히 재심의를 할 사유가 된다고 판단되며, 추후 정부언론 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서 재심의하도록 상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국립국어원 단독으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므로, 일선 언론에 계시는 기자분들께도 이렇게 직접 메일을 드립니다. 약간 길지만 시간 내어 읽어주시고, 올바른 표기로 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San Jose는 한국에서 "산호세"라는 지명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이 본래 멕시코 땅이어서, 대부분의 지명이 스페인어로 되어 있습니다. 지명 발음은 스페인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두가지가 섞인 형태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San Jose는 스페인어로는 "산호세", 영어로는 "샌조우스"가 되어야겠으나, 실제 이곳 현지인들은 "샌호제이"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샌호제" 혹은 "샌호세"로 들리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샌" 뒤에 "ㅎ" 발음이 명확하게 들어갑니다. "샌호제이"를 미국인들이 매우 빨리 발음할 경우 "새너제이"에 가깝게 들릴 수도 있으나, 이것은 미국인들이 water를 빨리 말할 때 "워터"로 들리지 않고 "워러"로 들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며, 또박또박 말할 때는 "샌 호제이"라고 "샌"과 "호제이"를 분명히 띄워서 발음합니다.

현지에서 특히 라디오 등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하는 발음을 주의깊게 들어보면, "쌘 호우제이"하는 식으로 ㅎ발음을 강조하여 발음합니다. 한글에 이 발음을 표현할 수 있는 자음이 없다면 모를까, ㅎ이라는 원어 발음과 거의 같은 자음이 있는데 그걸 표기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봅니다. 

정확한 발음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10708917


만약 한국인이 적힌 글자 그대로  "새너제이"라고 발음한다면 현지 원어민들은 거의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아마 Santa Jay 정도로 들릴 것입니다. "새너제이"보다는 차라리 "산호세"가 현지인들이 알아들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새너제이"라는 표기에 있어 발음보다 더 큰 문제는, 떨어진 단어인 San을 "샌"으로 따로 떼어 쓰지 않고 다음 단어에 연음하여 표기함으로써, 표기 원칙을 어기고 원래 스펠링을 전혀 유추할 수 없게 하며, 다른 지명과의 일관성도 없애 버렸다는 것입니다. 외래어 표기시 원칙 중 하나는 여러 단어로 이루어진 복합어를 표기할 때 각 단어별로 구분해서 적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한글 표기를 보고 원어로 어떤 단어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매우 합리적인 원칙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Los Angeles는 "로센젤레스"가 아닌 "로스앤젤레스", San Antonio는 "새난토니오"가 아닌 "샌안토니오"로 적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San Jose만은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서, "샌"이라는 글자가 사라지고 연음을 표기에 적용해 "새너"가 되어 버렸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새너제이"는 현지 발음과도 다르지만, 백번을 양보해 만약 이것이 현지 발음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한다면, "새너제이"가 아니라 "샌"을 독립시켜 "샌어제이"라고 적어야 원칙에 맞고 일관성 있는 표기법이 될 것입니다.

신문, 방송과는 별개로, 아직 한국에 있는 분들은 물론 실제 여기 사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도 San Jose를 말할 때 "산호세"라는 예전 (1996년 표준 이전) 표기를 그대로 쓰고 말합니다. "새너제이"가 표준이 된지 17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생경하고 낯설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이들이 "산호세"와 "새너제이"가 같은 지명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하다가 뒤늦게 알고 놀랍니다. 

아직 "새너제이"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므로, 지금 속히 표기법을 개정한다면 향후 야기할 수 있는 수많은 혼란을 예방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특히 San Jose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중심 도시로, 최근 들어 각종 최신 기술 및 미국 주요 IT 기업 동향 기사 등에 매우 빈번히 등장하고 있어, 바른 표기법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너제이 머큐리, 새너제이 샤크스 등 San Jose가 포함된 다른 이름들도 모두 마찬가지 맥락에서 변경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제가 인터넷 서치를 하면서 발견한 "새너제이" 표기와 관련된 각계의 의견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구글에서 "새너제이"와 "산호세"를 함께 넣어 검색한 결과인데, 신문기자, 블로거, 현지 교민들 등 모두 "새너제이" 표기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새너제이"가 맞는 표기라는 의견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새너제이' - http://blog.joinsmsn.com/media/folderlistslide.asp?uid=patric77&folder=3&list_id=7707243
[단상] 산호세 vs 새너제이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ako71&logNo=130129986234
포천 vs. 포춘, 새너제이 vs. 산호세 - http://blog.daum.net/nadoo1881/45 
새너제이? - http://redwood.egloos.com/1955134 
헷갈리는 영어 발음 - http://minjang.egloos.com/2995783 

위키백과의 관련 항목에서도 관련된 토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새너제이 표기를 주장하는 쪽은 어째서 맞는지를 설명하는 의견은 없고, 다만 국립국어원 표준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따라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D%86%A0%EB%A1%A0:%EC%83%88%EB%84%88%EC%A0%9C%EC%9D%B4 

제가 제안하는 표기는 "샌호세" 혹은 "샌호제"입니다. 특히 "샌호세"는 과거 "산호세"에서 "산"자만 "샌"자로 바꾼 것으로 혼란도 적고, 현지 발음과도 유사한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샌"과 "ㅎ"가 들어가기만 한다면 "샌호제"든 "샌호제이"든 어떤 것이든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소한 지명 표기이지만 갈수록 빈번하게 언급되는 아주 중요한 지명이니만큼 더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속히 개정되었으면 합니다. 회사 내 표준표기법을 관리하는 부서나 담당자가 따로 있다면 이 내용을 그쪽으로 포워딩해 주셔서, 다음번 정부언론 공동위원회에서는 반드시 바른 표기로 개정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