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SP 시험은 피어슨뷰(Pearson VUE) 테스트 센터에서 치러진다. ISC2 홈페이지에서 시험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피어슨뷰 사이트로 이동하며, 여기서 가까운 시험장을 선택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 있는 시험장들을 선택하면 응시 가능한 시험 날짜가 없다고 나온다. 일본이나 중국에 시험장이 있는데, 현재 전세계에서 CISSP 시험이 중단된 두 나라가 중국과 한국이기 때문에 중국 시험장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일본에는 가까이 후쿠오카와 오사카에 시험장이 있는데, 후쿠오카가 한국에서 더 가깝기도 하고, 특히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접근성이 매우 좋은 도시여서 후쿠오카를 선택했다.
후쿠오카의 시험장은 시내 중심가인 하카타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다. 하카타역 인근에 호텔이나 쇼핑몰 등도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서 방문하기에 편리한 위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하카타역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기차로 2정거장 거리라 매우 가깝다.
피어슨뷰에서 확인하면 후쿠오카 테스트센터에서 CISSP 시험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만 가능하다. 오사카는 일주일에 두번 가능했던 것 같다.
어제 화요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오후에 후쿠오카에 도착해서 시험장 건물에 미리 가보았는데, 시험장인 7층에는 올라가보지 못했다. 아마 시험장 운영을 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엘리베이터도 7층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아두는 듯 싶었다. 미리 한번 시험장 분위기도 보고 시험이 잘 예약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위치를 확인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 시험 당일, 최소 30분 일찍 도착하라는 가이드도 있고, 어떤 유튜브 비디오에서는 한시간 정도 먼저 가라는 조언이 있어서 9시5분에 호텔을 나서서 9시10분 경 테스트센터에 도착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7층까지 운행을 했다. 그런데 7층에 내리니 문이 잠겨 있고, 앞에 종이가 한장 붙어 있었다. 파파고 앱을 켜서 확인하니 시험 시작 30분 전에 문을 연다고 적혀 있었다. 9시20분 경에 남자 직원이 한명 출근하면서 기다리라고 이야기하고 들어갔고, 결국 9시30분 거의 다 되어서 문을 열어주었다. 앞에 앉아서 기다릴 의자도 없기 때문에 후쿠오카 시험장에 가는 분들은 9시30분에 딱 맞추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들어가서 여권과 신용카드, 그리고 휴대폰으로 이메일로 받은 시험 정보를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직원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해서 손짓으로 의사를 표시하거나 좀 길게 안내해야 할 것이 있으면 번역기 앱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이름과 시험 시작 시간 등을 적고, 시험에 대한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 종이를 읽어보라고 주면서 다 읽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 읽은 후 다시 직원에게로 가자 손바닥 인증 스캔을 하는데, 기기의 문제인지 잘 인식이 안되어서 여러번 반복해서 시도하느라고 시간을 좀 많이 잡아 먹었다. 이후에 얼굴 사진도 찍었다.
여권을 제외하고 가지고 온 것은 외투 포함 모두 라커에 넣어야 하고, 주머니에도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여권은 가지고 들어가라고 했고, 화이트보드 비슷한 조그만 보드와 싸인펜 같은 것을 주고 시험 중에 필요하라면 메모를 하라고 했다. 시험 시작하고 OSI 모델 등 암기한 것들을 일부 적어 놓았는데 사실 보드를 쓸 일도, 찾아볼 일도 없었다.
직원과 함께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장 맨 안쪽에 독립된 부스처럼 생긴 곳이었는데, 아마도 CISSP 시험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 같다. 직원이 컴퓨터를 켜고 계정, 패스워드를 넣으니 CISSP 시험에 연결되었다. 이 연결에도 꽤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이름과 좀전에 찍은 사진, 그리고 시험 종류(CISSP, 영어)를 확인하면, NDA가 뜨고 이에 동의하면 곧바로 시험이 시작된다.
시험 중에 느낀 것은 생각보다 지식을 묻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CISSP이 실무자 시험이 아니라 하이레벨의 관리자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마인드셋으로 생각해서 풀 수 있는 게 아니고, 해당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저것 다 정답인 것 같은 애매한 문제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그런 문제의 비중이 준비하면서 풀어봤던 연습문제들보다 더 적었던 것 같다.
다만 연습문제들을 풀 때에 비해서 문제도, 보기도 좀 길다는 느낌이 들었고 영어를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게다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만나면 한참 생각을 해야 하니... 이래저래 시간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 문제를 풀어야 했다. 문장이나 단어의 수준 자체는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정보보안에 익숙한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문제는 읽어야 할 양이 많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영어 리딩에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으로, 10여년 전 봤던 아이엘츠 시험에서도 리딩은 3번 모두 9점 만점을 받았었다. 원서로 해리포터 같은 소설류나 자기개발서, 신앙서적 등을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평범한 직장인들보다는 영어로 된 글을 읽는 시간이 많은 편에 속할 것이다. 따라서 영어를 자주 접하지 않는 분들은 시간적으로 조금 더 압박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50문제 넘어가는데 한시간이 조금 더 걸렸고, 이미 지치기 시작한 거 같다. 그래도 다행히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는 않았고,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멘붕 상태로 멍하니 있는 상황에 빠지지 않았다. 이거 하나 틀린다고 뭐 달라지랴 하는 마음으로 적당히 고민하고 적당히 결론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딱 두 시간이 될 즈음에 100번째 문제가 끝났고, 바로 설문으로 넘어갔다. 설문은 3분 준다는데 13개인가 있었는데 9번 답변하다가 3분이 다 지나서 끝났다.
시험을 보면서 긴가민가한 문제가 20여개 이하, 진짜 모르겠어서 거의 찍다시피 한 문제는 5개 이하이고 나머지는 거의 확신을 가지고 답했기 때문에 100번 문제에서 끝났을 때 탈락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고 결과는 예상대로 합격! 멀리 일본까지 비행기값 들여서 시험보러 왔는데 탈락하면 돈도 시간도 엄청난 낭비에다 주변 보기도 민망할 것을 우려해 막판까지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었던 거 같다.
연습문제는 Official Study Guide와 Official Practice Test, 그리고 휴대폰 앱 Pocket Prep을 이용했고 다 합쳐서 3000 문제 넘게 푼 거 같다. 연습문제와 똑같이 나온 건 하나도 없지만, 합격을 위해서는 연습문제는 꼭 풀어봐야 한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경험한 것들, Official Study Guide 보면서 제대로 컨셉 정리한 것들, 연습문제 해설을 보면서 설명이 이해 안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웹 검색하면서 찾아보고 공부한 것들이 없었다면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으로는 합격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하나 글을 더 쓰면서 정리할 예정이다.
답글삭제안녕하세요. 곧 도쿄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어서 후기를 찾아보다가 여기까지 오게되었습니다 ~ 자세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혹시 신용카드는 본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이 없는 신용카드여도 여권의 이름과 동일하고 서명이 있는 카드면 가능한가요?
네 맞습니다. 사진이 있는 신용카드는 primary ID로도 사용 가능하고, 사진이 없는 일반 신용카드는 여권과 함께 secondary ID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권의 이름과 일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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