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7일 화요일

그들만의 '새너제이'

지난 포스팅 San Jose가 새너제이가 아닌 이유에서 San Jose가 '새너제이'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밝혔고, 국립국어원 담당자에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는데, 아쉽게도 지난 4/24 정부언론 공동 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이 부결되었다고 한다. 아래는 국립국어원에서 받은 메일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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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개최된 제108차 회의에서 San Jose의 표기를 논의하였습니다만, 부결되었습니다. 언론 쪽에서 바꾸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나왔는데, 이 표기가 결정될 당시 사내 반발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6여 년 동안 사용되면서 겨우 정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바꾸는 것이 더 부담스럽다는 의견들이 나와서 현 표기('새너제이' - 필자 주)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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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겨우 정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정착되는 양상은 언론사 내부 사정이지,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새너제이'가 어디 붙어 있는 도시인지도 모른다. 뒤늦게 San Jose라고 알려주면 열이면 열 모두 "그게 왜 새너제이야?"라고 되묻는다. 이건 트위터에서 '새너제이'라고 검색만 한번 해보면 당장 알 수 있는 문제다. 신문기사를 리트윗한 것 이외에, 자신의 일상에서 San Jose를 '새너제이'라고 표기한 일반인은 찾아볼 수 없다. '새너제이' 관련 트윗은 대부분 "San Jose가 새너제이라니 말도 안된다"는 취지의 트윗들이다.

설사 '새너제이'로 정착되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표기를 왜 정착되도록 놔두어야 하는가? 그럴 거면 애초에 왜 '산호세'에서 '새너제이'로 바꾸었나? 큰 혼란이 예상됨에도 잘 정착되어 있던 표기를 바꾸기로 했던 것은 새 표기가 옳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새너제이'가 옳지 않다는 것이 명확해진 지금, 더 나은 표기로 바꾸자는데 왜 혼란을 걱정하는가?

짐작컨대 16년전 '새너제이'라고 쓰자고 주장했던 이들이 여전히 그 위원회에 남아 있고, 자신들의 16년전 잘못을 인정하기가 싫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쓰고 있는 '산호세'라는 표기에 맞서 '새너제이'를 고집스럽게 주장해 왔는데, 이제 와서 '새너제이'가 잘못되었다면 그들의 체면은 뭐가 되겠는가. 그동안 '산호세' 혹은 '샌호세'가 맞다고 수습기자들이 말하면 "무슨 소리야. 새너제이가 맞지.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고 해 왔으니, 나이 어린 기자들이 "그것 보세요. 제가 뭐라 그랬습니까?" 이런 식으로 비웃을 것이 두려웠지 않을까.

이런 사소한 문제 하나조차 합리적인 사유에 의해서 결정되지 못하고, 위원이랍시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나라의 각 부처에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 아무런 이권이 걸려 있지 않은 외국의 지명 하나 정하는 것도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정과 불편함을 이유로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두자는 식으로 결정된다면, 각종 이권이 걸려 있는 민감한 사안은 오죽하랴.

아마도 '새너제이' 표기는 결국 언젠가는 수정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가령 10년 혹은 20년 후 지금 위원회에 있는 이들이 모두 은퇴한 후, '새너제이'라고 결정했던 이유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시점을 가정해 보자. 누군가 또 이 표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안건을 올리면, 그때 새로 모인 위원들은 아주 간단하고 당연하게 "이게 왜 이렇게 이상한 표기로 되어 있지? 고칩시다."라고 일분만에 변경안을 통과시킬지도 모른다.

문제는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 믿고 이걸 그대로 놔둘 것이냐, 아니면 그걸 앞당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계속 들이며 또 다른 사람들을 계속해서 귀찮게 할 것이냐이다. 어차피 앞당긴다고 해도, 지난달 부결되었으니 올해 안에 다시 재심의하기는 힘들 것이고 최소한 1,2년은 봐야 할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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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께 의견을 묻고자 합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댓글로 San Jose 표기로 무엇이 좋을지 의견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산호세', '새너제이', '샌호세', '샌호제', '샌호제이' 등이 지금까지 거론되는 표기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표기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댓글이 많이 달리면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분들도 관심이 많으시다고 보고 계속 추진해 보고, 댓글이 없으면 다들 별 관심 없으신 것으로 알고 세월의 흐름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현지 발음을 들어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 혹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5/8 추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댓글과 반응에 감사드립니다. Google+와 댓글이 통합되어서, Google+로 공유하신 경우 여기서 그 공유글에 달린 댓글까지 다 볼 수 있으니 좋네요. 덕분에 여러가지로 많이 배웠습니다.

성원에 힘입어 포기하지 않고 힘닿는데까지 계속 찔러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까지 명확하게 어떤 표기가 좋다고 의견 주신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산호세' - 6분
'샌호세' - 3분
'샌호제' - 1분
'산호세' 혹은 '샌호세' - 2분
'산호세' 혹은 '샌호제' - 1분
'샌호제' 혹은 '샌호제이' - 1분

전체적으로 기존 표기인 '산호세'를 선호하시는 분이 가장 많고, 만약 미국 발음에 맞게 고친다면 '샌호세'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이네요.

귀한 의견 감사드리며, Woohyong Choi님께서 제안해 주신 대로 정보공개 신청 등을 계속 진행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5/28 추가)
정보공개 신청하였으나, 아래와 같이 거부되었습니다. 자기들도 부끄러운 줄은 아나 봅니다.



접수일자
2013.05.14
접수번호
2056557
처리기관
국립국어원
통지일자
2013.05.24
청구정보내용
2013년 4월 24일 정부 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108차 회의록 중 미국 캘리포니아 San Jose 표기 건 상세 회의록
- 국립국어원 발제 내용
- 반대토론 상세 내용 (발언자, 발언 내용 포함)
- 표결 결과 
공개내용
비공개내용사유
1. 내용 : 행정정보공개 이의신청 심의 의결서
2. 근거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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