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 나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라 전문을 번역해 볼까 한다. 저자가 이 내용으로 책도 냈고, 찾아보니 이미 한국에 번역서도 나와 있다.
원문은 여기: http://www.structuredprocrastination.com/
Structured Procrastination
체계적인 미루기
``. . . anyone can do any amount of work, provided it isn't the work he is supposed to be doing at that moment." -- Robert Benchley, in Chips off the Old Benchley, 1949
"누구나 얼마든지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그게 그 순간에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I have been intending to write this essay for months. Why am I finally doing it? Because I finally found some uncommitted time? Wrong. I have papers to grade, textbook orders to fill out, an NSF proposal to referee, dissertation drafts to read. I am working on this essay as a way of not doing all of those things. This is the essence of what I call structured procrastination, an amazing strategy I have discovered that converts procrastinators into effective human beings, respected and admired for all that they can accomplish and the good use they make of time. All procrastinators put off things they have to do. Structured procrastination is the art of making this bad trait work for you. The key idea is that procrastinating does not mean doing absolutely nothing. Procrastinators seldom do absolutely nothing; they do marginally useful things, like gardening or sharpening pencils or making a diagram of how they will reorganize their files when they get around to it. Why does the procrastinator do these things? Because they are a way of not doing something more important. If all the procrastinator had left to do was to sharpen some pencils, no force on earth could get him do it. However, the procrastinator can be motivated to do difficult, timely and important tasks, as long as these tasks are a way of not doing something more important.
나는 몇달간 이 에세이를 쓰려고 했었다. 어떻게 지금 마침내 이걸 쓰고 있을까? 마침내 한가한 시간을 찾았기 때문에? 틀렸다. 점수를 매겨야 하는 과제들, 주문해야 하는 교과서 목록, 심사해야 하는 NSF 제안서, 읽어야 하는 학위논문 초안들이 쌓여 있다. 나는 이 에세이를, 이런 모든 일들을 하지 않기 위해서 쓰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체계적인 미루기"라고 부르는, 미루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많은 일을 성취하며 오히려 시간을 효과적으로 쓴다고 존경과 찬사를 받는 사람으로 바꿔놓는 놀라운 전략의 핵심이다. 모든 미루기쟁이들은 해야만 하는 일들을 뒤로 미룬다. 체계적인 미루기는 이러한 나쁜 버릇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기술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미룬다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그들은 어느정도 쓸모있는 일들, 예를 들어 정원을 손질한다든지 연필을 깎는 일, 혹은 파일을 재정렬하기 위해 다이어그램을 그린다든지 하는 일들을 한다. 이들이 왜 이런 일을 할까? 그건 그 일들이 더 중요한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루기쟁이들이 해야 할 일이 순전히 연필을 깎는 일밖에 없다면, 이들은 절대로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루기쟁이들은 더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어렵고, 급하고 중요한 일들도 하도록 동기부여될 수 있다.
Structured procrastination means shaping the structure of the tasks one has to do in a way that exploits this fact. The list of tasks one has in mind will be ordered by importance. Tasks that seem most urgent and important are on top. But there are also worthwhile tasks to perform lower down on the list. Doing these tasks becomes a way of not doing the things higher up on the list. With this sort of appropriate task structure, the procrastinator becomes a useful citizen. Indeed, the procrastinator can even acquire, as I have, a reputation for getting a lot done.
체계적인 미루기는 이러한 사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할 일들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할 일의 목록은 머리 속에서 중요도에 따라 정렬될 것이다. 가장 급하고 중요해 보이는 것이 맨 위에 위치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치있는 일들도 목록 중간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하는 것은 목록의 더 위에 있는 일들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이런 식으로 적절히 할 일을 체계화한다면, 미루기쟁이들도 가치있는 시민이 될 수 있다. 사실, 미루기쟁이도 내가 그런 것처럼, 오히려 많은 일을 해낸다는 평판을 얻을 수 있다.
The most perfect situation for structured procrastination that I ever had was when my wife and I served as Resident Fellows in Soto House, a Stanford dormitory. In the evening, faced with papers to grade, lectures to prepare, committee work to be done, I would leave our cottage next to the dorm and go over to the lounge and play ping-pong with the residents, or talk over things with them in their rooms, or just sit there and read the paper. I got a reputation for being a terrific Resident Fellow, and one of the rare profs on campus who spent time with undergraduates and got to know them. What a set up: play ping pong as a way of not doing more important things, and get a reputation as Mr. Chips.
내가 경험했던 가장 이상적인, 체계적인 미루기의 상황은 아내와 내가 스탠퍼드 기숙사의 사감교수로 일했을 때였다. 과제 채점, 강의 준비, 위원회 활동 등이 밀려 있는 저녁에, 나는 집을 나와 라운지로 가서 학생들과 탁구를 치거나 그들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그냥 거기 앉아서 뭘 읽곤 했다. 덕분에 나는 끝내주는 사감 교수, 학부생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들을 이해하는 몇 안되는 교수라는 평판을 얻었다. 멋진 설정 아닌가. 중요한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탁구를 치고, 미스터 칩스 (Mr. Chips - "Goodbye, Mr. Chips"라는 단편소설의 주인공으로 학생들로부터 사랑받는 교사) 라는 평판을 얻다니 말이다.
Procrastinators often follow exactly the wrong tack. They try to minimize their commitments, assuming that if they have only a few things to do, they will quit procrastinating and get them done. But this goes contrary to the basic nature of the procrastinator and destroys his most important source of motivation. The few tasks on his list will be by definition the most important, and the only way to avoid doing them will be to do nothing. This is a way to become a couch potato, not an effective human being.
미루기쟁이들은 종종 완전히 틀린 길을 따라간다. 해야 할 일이 적다면 그들의 미루는 버릇을 끝내고 일을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가급적 해야 할 일을 최소화하려 든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들의 미루는 본성과 반대로 가게 되어, 그들의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의 근원을 잃게 된다. 할 일 목록에 가장 중요한 일들만 남게 되면, 그것들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소파에서만 뒹굴거리는, 비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길이다.
At this point you may be asking, "How about the important tasks at the top of the list, that one never does?" Admittedly, there is a potential problem here.
이 시점에서 아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럼 목록의 가장 위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영원히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 사실 여기에는 잠재적인 문제가 있다.
The trick is to pick the right sorts of projects for the top of the list. The ideal sorts of things have two characteristics, First, they seem to have clear deadlines (but really don't). Second, they seem awfully important (but really aren't). Luckily, life abounds with such tasks. In universities the vast majority of tasks fall into this category, and I'm sure the same is true for most other large institutions. Take for example the item right at the top of my list right now. This is finishing an essay for a volume in the philosophy of language. It was supposed to be done eleven months ago. I have accomplished an enormous number of important things as a way of not working on it. A couple of months ago, bothered by guilt, I wrote a letter to the editor saying how sorry I was to be so late and expressing my good intentions to get to work. Writing the letter was, of course, a way of not working on the article. It turned out that I really wasn't much further behind schedule than anyone else. And how important is this article anyway? Not so important that at some point something that seems more important won't come along. Then I'll get to work on it.
해결책은 올바른 종류의 일들을 목록의 첫머리에 놓는 것이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일은 두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그것들은 명확한 데드라인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사실상은 그렇지 않다.) 둘째, 아주아주 중요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행히도, 인생은 그런 일들로 가득하다. 대학교에서는 대부분의 업무가 이 범주에 해당되며, 아마도 대부분의 다른 기관들도 동일하리라 믿는다. 지금 내 목록의 맨 위에 있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언어철학 분야의 출판물을 위한 에세이를 끝내는 것이다. 이것은 11개월 전에 끝냈어야 하는 일이다. 나는 이것을 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어머어마하게 많은 중요한 일들을 해냈다. 두어달 전에 나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편집자에게 내가 마감을 지키지 못해 얼마나 미안해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일을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 적은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쓴 것 역시, 물론 에세이를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알고보니 사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다들 마감을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에세이가 사실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어느 시점엔 더 중요한 일이 생길 테고, 그 때가 되면 난 이걸 쓰기 시작할 것이다.
Another example is book order forms. I write this in June. In October, I will teach a class on Epistemology. The book order forms are already overdue at the book store. It is easy to take this as an important task with a pressing deadline (for you non-procrastinators, I will observe that deadlines really start to press a week or two after they pass.) I get almost daily reminders from the department secretary, students sometimes ask me what we will be reading, and the unfilled order form sits right in the middle of my desk, right under the wrapping from the sandwich I ate last Wednesday. This task is near the top of my list; it bothers me, and motivates me to do other useful but superficially less important things. But in fact, the book store is plenty busy with forms already filed by non-procrastinators. I can get mine in mid-Summer and things will be fine. I just need to order popular well-known books from efficient publishers. I will accept some other, apparently more important, task sometime between now and, say, August 1st. Then my psyche will feel comfortable about filling out the order forms as a way of not doing this new task.
또다른 예는 책 주문서다. 지금은 6월이고, 나는 10월에 인식론에 대한 수업을 할 예정이다. 이 책 주문서는 이미 서점의 시한을 넘겼다. 데드라인에 대한 압박 때문에, 이 일은 쉽게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미루기쟁이가 아닌 분들을 위해, 나는 진짜 데드라인의 압박은 시한을 한두 주 넘긴 이후에 시작된다고 본다.) 나는 거의 매일 학과 비서로부터 독촉을 받고 있고, 학생들은 종종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물어보고, 빈 주문서는 내 책상 한 가운데, 정확히 어제 내가 먹은 샌드위치 포장지 아래에 놓여 있다. 이 일은 내 할 일 목록 거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고, 나를 불편하게 하며, 이걸 피하기 위해 다른 유용하고 겉으로 덜 중요해 보이는 다른 일을 하도록 나를 동기부여시킨다. 하지만 사실상, 서점은 이미 미루기쟁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낸 주문서로 충분히 바쁘다. 나는 한여름에 책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문제 없을 것이다. 단지 효율적인 출판사에서 나온 인기있는 유명한 책을 주문하면 된다. 나는 아마 지금부터 8월 1일 정도 사이에, 명백히 더 중요한 다른 어떤 일들을 하기로 약속할 것이다. 그때쯤엔 아마 내 심리가, 이 새로운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주문서를 쓰는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The observant reader may feel at this point that structured procrastination requires a certain amount of self-deception, since one is in effect constantly perpetrating a pyramid scheme on oneself. Exactly. One needs to be able to recognize and commit oneself to tasks with inflated importance and unreal deadlines, while making oneself feel that they are important and urgent. This is not a problem, because virtually all procrastinators have excellent self-deceptive skills also. And what could be more noble than using one character flaw to offset the bad effects of another?
주의 깊은 독자라면 이 시점에서 아마 체계적인 미루기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속여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사실상 자기 스스로에 대해 계속해서 피라미드 사기를 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하다. 어떤 일들에 대해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정말 중요하고 급하다고 스스로 믿게 만들면서, 또한 과장된 중요도와 사실이 아닌 데드라인을 감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문제될 게 없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미루기쟁이들은 자기를 속이는 데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성격상 결함을 다른 결함의 나쁜 결과를 상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보다 더 고귀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 글의 저자와 같이 명확히 짚어내지는 못했지만, 나도 사실상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보면, 마감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울면서(?) 했던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일들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많은 일들을 했던 것 같다. 사실상 이 글을 쓰고 있는 자체가, 더 중요한 일들, 예를 들어 테크니들에 글 쓰는 걸 피하기 위해서이다. 정말 중요한 일부터 차례대로 순서대로 하라는 일반적인 성공방정식(?)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정말 체계적으로 잘 활용할 경우 나와 같은 미루기쟁이들에게 정말 유용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잘 써먹어야겠다.